가랑비에 옷 젖는다.
이번주에 먹던 약이 도저히 들지 않는다. 코가 막히고 목이 막히는 기분이다. 가끔 가던 집 앞 병원을 가기로 해 아홉시 반쯤 갔는데, 환절기라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20분 쯤 기다려 진료를 받았는데, 코랑 목이 막혀 꽤 오랫동안 빼내(?)야했다. 그 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코에서 기계를 빼는데 내 의도와 상관없이 닭똥같은 눈물이 떨어졌다. like a 세상 서러운 민국.
그 이비인후과는 코랑 목을 보고 꼭 등을 돌려 청진기를 가져다 소리를 들으시는데, 코에서 기계를 빼면 갑자기 간호사 두분이 오셔서 의자를 휙! 돌린 다음 옷을 휙! 올린다. 처음 그 병원에 갔을 땐 너무 당황스러웠다. 내가 뒤로 돌고, 뒤에서 옷 걷는 것만 도와주시면 되는데 마치 영상을 3배속쯤 돌린 속도로 나를 물건 다루듯 거칠게 돌리고, 옷을 걷고 하는 행위가 불쾌했다. 하지만 몇번 갔더니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오늘은 날 얼마나 빨리 돌릴까?', '옷을 얼마나 빨리 걷을까?' 였다. 오늘도 아니나 다를까. 분명 간호사분이 한분이었는데, 코에서 기계를 빼자마자 한분이 더 나타났고, 3배속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신다. 한분은 의자를 휙! 돌리고, 한분은 옷을 휙! 걷었다. 완벽하게 짜여진 동선이라고 밖엔 설명할 수 없다. 아니면 급한 약속이 있으시던가? 이 속도면 하루를 72시간으로 살수 있을 것 같달까?
내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 뱉고, 청진기로 소리를 들으신 의사 선생님은 '아이고, 가래가 아주 그릉그릉(?)하네.'하셨다. 내일도 아침에 여니까 나오라고 했다. 또 가야되나. 가랑비에 옷 젖듯 병원비랑 약값이 스며든다.
커피랑 떡 타임
원래 엄마 손잡고 병원가면 돈까스 먹는 거 국룰이지만, 오늘은 혼자였고 혼밥은 못하므로 마트에서 떡 사고, 오랜만에 반코플라노에서 아메리카노를 사서 들어왔다. 냠냠 야무지게 먹었다. 그리고 오늘은 토요일이라 오전에 수업준비를 했다.
아이들 그림은 언제나 절거워!
큰 아이는 이발을 하고, 작은 아이는 파마를 했다. 귀여워서 그림을 그려 가슴에 붙여 주었다.
오늘은 라면먹는 사람을 그려, 중간에 칼집은 내어 면을 먹는 듯 움직임을 주는 수업을 준비했다. 큰 아이는 준비한 그래도 그림을 그려, 불닭볶음면을 먹는 사람을 그렸다. 그릇은 만원정도 하는 고급(?)스러운 그릇이라며 화려하게 채색했다. 작은 아이는 오늘 수업의 기법을 이해해고, 다른 걸 해보겠다고 해 그러자고 했다. 그랬더니 벌과 벌에 쏘인 사람 팔을 그렸다. 벌 그림을 너무 유니크하고 멋지게 그려 찍어보았다. 벌에 쏘인 팔을 구해줘야한다며 신용카드도 만들었다. 신용카드로 벌침을 빼는 건 어찌 알았는지, 내가 생각지도 못한 걸 상상하는 아이의 상상력이 무궁무진하다. 내가 할 수 없는 순수하고, 정형화되지 않은 그림을 볼수 있어, 보기만 해도 힐링이다.
큰 아이는 요즘 귀신과 드라큘라 스토리에 빠져있는 듯 했다. 오늘 나에게 드라큘라로부터 도망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드라큘라가 싫어하는 것 두가지 있다고 했다. 하나는 마늘이고, 하나는 목의 '때 '란다. 더러워서 목에 피를 빨아먹을 수 없다고 했다. '아, 그러면 선생님 안씻으면 되겠네?' 했더니 그건 또 아니란다. 피식. 트라큘라를 밤에 길에서 만날 수도 있으니 입에 마늘을 물고 다니다 만나면 뱉으란다.
이 말 많은 짹짹이들과 재밌게 수업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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