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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너희만 좋다면야, 선생님이 다 찔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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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커피와 수업 준비

아침에 일어나서 옷정리 대충하고,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고 환기 시키고 앉아서 커피 한잔 내려 먹는다. 커피에 비친 브이가 보이는가? 겁나 뚫어지게봐야 보이는 내 브이는 잔망스럽다. 토요일은 미술 수업이 있기 때문에 화장을 하는데, 컵에 입술이 찍혔네.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지만, 큰 아이가 내 메이크업 전/후를 눈치 채길래 무조건 화장을 한다. 마스크를 써도, 노메이크업이라는 것을 아이들도 아는 것이다.
몇일 째 지올팍 앓이 중...박지올씨와 모닝커피 한잔했다. 이렇게보니 꿈에 나올 거 같기도 하다. 약간 무섭네. 헷.


제와팍의 모닝 커피와 지올팍
커피 담을 병에 붙어있던 스티커




오늘은 클레이 수업을 하기로 했다. 평소랑 다른 수업을 하고 싶어서, 철사로 사람 모형을 미리 만들어 두었다. 아이들이 만들기엔 손이 아플것이고, 손이 아프면 피곤할 것이고, 피곤하면 수업이 재미없을 것이기에 사람 모형 대충 뼈대만 만들어 두었다. 아이들이 축구하는 모형을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그럼 '바닥은 초록색 클레이로 축구장을 만들어서 달리는 사람을 한쪽 발만 고정해줘야지. 공도 만들고, 골대는 어떻게 만들어줄까', '피부색부터 만들라고 해야지.' 하며 즐거운 상상을 했다. 이렇게 토요일 오전은 수업 준비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나저나 내 키보드 덮개 많이 더럽네....다들 못본걸로 해줘...

자코메티 생각나지효?(ㅈㅅ)

너희만 좋다면, 선생님이 다 찔릴께.

철사로 사람모형을 만들어갔더니,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나는 '철사로 만든 사람 포즈는 약간 바꿔도 되.' 라고 했다. 아이들이 축구장을 만들고, 골대까지 만들 상상을 하던 나의 예상은 너무 가볍게 빗겨간다. 작은 아이는 공포게임에 나오는 괴물을 만들고 싶다고 했고, 큰 아이는 어몽어스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공포게임 괴물은 사람 모형을 조금만 바꿔서 만들었고, 어몽어스는 만들어간 사람 모형을 쪼그려트려 변형해 주었다. 두명만 하는 수업이기에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걸 최대한 맞춰주려한다. 특히 클레이 수업 때는 더욱더!
클레이 수업에서 철사는 처음 써보는 거라서, 아이들에게 특별히 조심하라고 강조했다. 철사 자르는 가위랑 뺀찌?도 만지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정작 나는 조심하지 않아, '악!'하고 소리를 질러버렸지만, 하도 내가 집중해 만들고 있었기에 철사에 찔린 것 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철사를 이용해 만들면 세울 수도 있고, 원하는 포즈를 쉽게 설정할 수 있기에 재밌었는지 작은 아이가 '너무 재밌다!'고 철사를 써서 만드는 게 꿀잼이라고 했다. 아직 아이들이 사용하기에 위험할까바 꺼렸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니 내가 철사를 다루면서 가끔 수업에 써야겠다. 내가 철사에 찔리고 긁혀도 너희만 즐겁다면야, 또 쓸수 있지! 평소에는 수업 마무리쯔음, '얘들아 오늘 재밌었어?' 라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대답해주는 정도 였는데 오늘은 먼저 아이들이 재밌다고 해주니, 나도 너무 좋았다.

얘 이름 가르쳐줬는데 까먹었다.
어몽어스 / 불판 위에 삼겹살 & 소금치는 중 / 오징어게임 세모


큰 아이가 흰색이랑 빨강을 섞어서 고기를 만들었다. 불판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급하게 만들었는데, 급하게 만들어 엉망이었다. 그 와중에 작은 아이는 소금도 만들어 소금치는 시늉도 한다. 창의적인 상상력이었고, 심지어 잘만든다. 아이들이랑 미술 수업을 하는 것은 나에게도 힐링이다.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그런 아이들을 보는 것이 좋고, 아이들의 작업이 너무 좋다. 남은 철사로 작은아이에게 안경을 만들어주니, 그대로 쓰고 집으로 갔다. 오늘 수업도 완성 해 놓은 이미지가 없다. 왜냐, 아이들보다 내가 또, 또! 더 미친듯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렇게 한시간 수업을 마치면, 녹초가 된다. 집에 누워있을 수도 있지만 플랫화이트 한잔 사서 공원으로 간다. 내일, 내일 모레는 집에서 일할 거 같고, 비가 온다고 했기 때문에 집에서 나오지 않을거 같았다. 아마도 3일의 휴일 중 유일한 외출 시간이 될 것 같다. 한바퀴 돌고, 저수지를 보며 얼음까지 아작아작 다 먹어버리며, '나님, 고생하셨다.'며 토닥토닥 해준다. 확실히 날이 추워졌다. 좀 앉아 있다가 마트가서 김치도 사고, 매니큐어도 하나 사서 발랐다. 매니큐어 바르면서 보니 아까 철사에 긁힌 상처가 보였다. 갑자기 아파오기 시작한다. 어쩌면 나 아직 청춘일지도...?


공원에서 플랫화이트 한잔!
아프니까 청춘이다.


결론

1. 미술 수업 준비와 수업은 즐겁다.
2. 플랫화이트는 맛있다.
3. 나는 청춘이다.
4. 지올팍은 사랑이다.
5. 연수입을 월수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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